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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azzolla Aconcagua Accodian, Ksenija Sidoravan with ASO

제일 앞자리에 앉았다.
오래전에 예약한 음악회라 그때 내가 왜 제일 앞 좌석을 선택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지만 어쨋든 아코디어니스트의 탱고 연주를 코앞에서 볼 수 있을테니 나쁘진 않겠다고 생각했다.
발을 편히 뻗을 수도 없을만치 무대에 가까운 자리여서 악장의 바지 뒷 단이 양말 안으로 살짝 접혀 들어간 것까지 보였다.
Piazzolla의 Aconcagua. 반도네온과 챔버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이다.
반도네온 대신 아코디언을 들고 나온 Ksenija가 거칠 것 없이 연주를 시작했고 마스크 위로 그녀의 표정, 눈썹의 움직임까지 다 볼 수 있었다.
그녀는 탱고를 추듯 연주했다. 실제로 그랬다.
1악장. Allegro marcato 피아졸라는 관객들을 Aconcagua 산으로 내몰았다.
피아졸라가 보여주는 Aconcagua의 산길은 숨이 차게 가파르고 다이내믹했다. 흙먼지에 눈이 붉어지기도, 발이 미끄러질 듯 아슬아슬하기도 했다. 관객들은 Aconcagua에서 한발 한발 씩씩하게 “marcato”했다.
2악장에서 오케스트라 대원들은 모두 악기를 무릎 위에 놓았고, 하프와 아코디언만 남았다. 오케스트라에 가려졌던 아코디언의 음색이 보인다. 피아졸라의 카덴짜는 다른 작곡가들의 당당하고 화려한 그것과 달리 왜 이리 애처로울까. 건반에 놓인 크세냐의 날아갈 듯한 오른손은 탱고의 여자 댄서, 그리고 바람통을 잡고 건반에 생명을 불어넣는 왼손은 탱고의 남자 댄서다. 왼손이 바람통을 천천히 늘리며 여자댄서의 허리를 감으면 그녀는 오른발을 바닥에 두고 천천히 뒤로 감는 원을 그리듯 춤을 췄다. 바람통이 빠르게 제자리로 돌아오면 그녀 역시 미끄러지듯 제자리로 돌아와 오쵸 (8자를 그리며 방향을 바꾸는 동작) 를 췄다.
그렇게 춤을 추던 그녀가 시선을 오른쪽으로 틀고 몸을 기울여 바이올린 솔로를 초대한다.
거미줄보다도 얇은 바이올린 선율이 보우의 작은 흔들림도 없이 고요하게 들어왔다. 그리고 아코디언과 바이올린이 서두르지않고 천천히 조심스럽게 두엣을 시작했다.
아름답다…..
아코디언은 고개를 돌려 이번엔 지휘자 넘어 1st Cello에게 손을 건넨다. 첼로는 애처롭기만 한 아코디언의 선율을 잘 받쳐주면서 그녀의 연주를 거들었고 이윽고 아코디언은 고개를 들어 지휘자에게 ‘내 춤이 다 끝났어’라는 시선을 보냈다.
지휘자는 이제 아코디언을 다시 오케스트라 속으로 이끌어 그녀를 군무속에 춤추게 했다.
3악장 Presto.
탱고를 가리켜 “Walking in your arms”라고 표현한단다. 그렇담 3악장은 아마도 Aconcagua의 내리막길을 걷는 걸음걸이인가보다. 속도가 붙어 저절로 굴러가는 발과 함께 날아갈 듯이 탱고가 끝났다.
피아졸라는 현대탱고의 창시자이다. 격하되기 쉬웟던 탱고뮤직을 world music이라는 장르속에 집어넣은 장본인이다. 피아졸라가 아니었다면 탱고가 오늘날 Concerto (협주곡) 이라는 형식으로 오케스트라의 무대에서 연주될 기회는 없었을 게다.
국악에도 이런 작곡자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국악중고등학교의 커리큘럼에 서양 작곡법이 있었으면 좋겠다. 탱고 콘서트장를 나서는 관객들이 애처롭고 슬픈 아르헨티나 탱고의 기원을 알고 싶어하며 그 나라의 역사를 들여다보고 탱고를 사랑하게 되듯이 (나와 함께 콘서트를 관람한 내 언니처럼) 내 나라의 음악도, 무용도, 그렇게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 무대에 올려지는 것을 보고싶다.
3악장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크세냐가 연주를 마치고 고개를 들었을 때 난, 내 뒤의 모든 관객이 기립을 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 자신있게 기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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